[이동섭의 하드아웃] ‘인간관계의 왕’ 김태훈 “괴롭히고 싶게 생겼나봐요”
2019-11-29

올 시즌 SK 와이번스 마운드의 "마당쇠"는 김태훈이다. 김태훈은 메릴 켈리와 김광현의 공백을 말끔히 지운 "대체 선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태훈은 롱맨과 필승조 역할을 병행하며, SK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태훈(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태훈은 "라커룸 분위기 메이커"다. 김태훈 근처엔 항상 많은 이가 모인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SK 선수단은 김태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엔돌핀을 충전하길 원한다. 그렇다고 김태훈의 가치가 라커룸에서만 빛나는 건 아니다. 김태훈은 마운드 위에서도 큰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6월 26일 기준 김태훈은 올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51.1이닝을 던져 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4.53을 기록 중이다.  주목할 건 26경기 가운데 선발등판이 단 4번이라는 점이다.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48명의 리그 투수 가운데 4명만이 10번 이하의 선발등판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김태훈의 선발등판이 가장 적었다는 걸 고려하면 김태훈이 얼마나 "마당쇠 역할"에 충실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엠스플뉴스가 SK 마운드의 "마당쇠" 김태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훈 인터뷰엔 수많은 카메오가 등장했다. "분위기 메이커"란 별명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호투한 김광현의 탄성 “아! 오늘도 김태훈급 피칭했다”  김태훈은 4차례 선발 등판에서 "에이스" 메릴 켈리와 김광현의 공백을 말끔히 지우는 투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시즌 초반엔 ‘특급 대체 선발’로 활약했습니다. 에이스 메릴 켈리와 김광현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는데요. 올 시즌 선발로 4번 등판했어요. 켈리와 (김)광현이 형 등판 순서에 각각 두 번씩 등판했을 거에요. 결과는 5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1.2이닝 6실점) 빼면 다 좋았습니다. 5이닝 2실점, 6.1이닝 2실점, 7이닝 무실점(웃음). 모든 기록을 세심하게 기억하고 있군요(웃음). 대체 선발로 원·투펀치 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에이스의 공백을 말끔히 지웠는데요.  시즌 전부터 (김)광현이 형 "이닝 제한"이 예고됐잖아요. 그래서 선발로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어요. 덕분에 크게 부담되는 건 없었어요. 대체 선발투수로 저를 낙점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을 듯합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감독님, 코치님이 좋아하셨어요. 켈리와 광현이 형도 본인 공백을 메워줄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줬고(웃음). 올 시즌 여러차례 "김태훈급 피칭"을 선보인 비룡군단 에이스 김광현(사진=엠스플뉴스) SK의 두 에이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투수군요.  광현이 형이 선발 등판 결과가 좋을 때 라커룸에서 절 보면 그래요. “이야! 오늘도 김태훈급 피칭했네”(웃음).  (일동 폭소) SK 라커룸에서 호투의 기준은 김태훈급 피칭이군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습니다.  김광현과 같은 좌완투수입니다. 야구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편입니까. 제가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올 시즌 슬라이더가 5km/h정도 빨라졌어요. "김광현 효과"라고 보시면 됩니다(웃음). 김광현 효과?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캐치볼 파트너로 광현이 형을 낙점했거든요. . 그때 눈동냥으로 배운 슬라이더를 올 시즌 결정구로 사용하는데, 재미를 많이 보고 있어요(웃음).  김광현을 캐치볼 파트너로 ‘낙점’했다? 그게 바로 광현이 형이 김태훈급 피칭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옆에서 듣고 있던 박종훈 왈 "뭔가 거꾸로 된 거 같은데(웃음)?" 분위기 메이커 김태훈 "앞으로도 동료들과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 SK 라커룸의 분위기 메이커 김태훈(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아마추어 시절엔 선발투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프로에 와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 중인데요. 선발과 불펜 가운데 더 욕심나는 보직이 있다면 뭔가요? 모든 투수가 선발 투수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지나가던 박재상 코치 왈 "뭐? 선발투수 하고 싶다고?" (박 코치를 힐끗 쳐다본 뒤) 흐음, 저는 어떤 상황에도, 보직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꿋꿋이 마운드에만 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마운드 위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야구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거잖아요(웃음).  박재상 코치 때문에 할 말을 못 한 건 아닙니까(웃음)? 절대, 절대 아닙니다.  올 시즌엔 주로 롱맨과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바로 김태훈인데요.  중요한 상황에 등판 기회를 주셔서 언제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운드에 오를 때 제 마음은 언제나 똑같아요. 점수를 주지 말아야겠다. 이뿐이에요. 생각이 너무 많으면, 몸에 힘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점수 주지 말기’를 제외하면, ‘무념무상’으로 투구하는 편입니다.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겠습니다.  네. 웬만하면, 공격적인 투구를 하려고 합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에 공을 욱여넣는 투구요. 피해가다 보면, 카운트가 불리해집니다. 자연스레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오더라고요. 힐만 감독님과 손 혁 코치님 역시 공격적인 투구를 선호합니다. 스프링캠프부터 힐만 감독, 손 혁 코치의 총애를 받는 투수였습니다. 김태훈을 부르는 빈도가 가장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총애를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의 친화력(웃음)? 제가 밝은 표정으로 먼저 다가갈 때 상대방 역시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 감독님, 코치님만 김태훈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나이 많은 베테랑 선배와 어린 후배들 역시 김태훈을 믿고 따라요. 김태훈을 중심으로 많은 선수가 모여 웃고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표정이 으쓱해졌습니다.  인간관계의 ‘왕’이란 기분이 들었습니다(웃음). 앞으로도 팀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야구하고 싶어요. “선수생활 마지막이란 각오로 준비한 올 시즌, 앞으로도 잘해보겠다” "절실함"은 김태훈을 진화시켰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올해 구속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모든 구종 구속이 평균 5km/h 정도 올라왔습니다. 비결은 역시 비시즌 기간 9kg을 감량한 까닭일까요?  다이어트도 분명 구속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가을부터 ‘선수 생활 마지막’이란 간절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한 게 효과를 봤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전에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웃음). 그만큼 절실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한 시즌. 이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남은 시즌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은 욕심입니다. 하지만, (박)정배 형이 해준 말을 항상 머리에서 되새기며, 큰 욕심을 내진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박정배가 해준 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부담 갖지 마라. 아픈 거 숨기지 말고, 얘기해라. 투수들 함께 페이스가 올라가는 추세니까, 짐을 혼자지지 마라. 함께 잘해보자. 이런 말이었어요.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찡했습니다. 정배 형 말처럼 아프지만 않으면, 앞으로도 잘할 자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으로 ‘김태훈급 피칭’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안 되겠습니다(웃음). 당연하죠(웃음). 사실 지금 제 성적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승리와 홀드에도 욕심이 나고요. 하지만, 그보다 제게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중간에서 이닝을 최대한 소화하며, 팀 동료들의 부담을 줄이는 겁니다.  헌신적인 마인드가 돋보입니다. SK 선수단이 김태훈을 중심으로 모이는 데엔 ‘헌신’이 있지 않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웃기게 생겨서 그래요. 괴롭히고 싶게 생겼나봐요(웃음).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홈런볼 vs 바나나킥, 과자먹기대결 (영상) ▶[W] 치어리더 걸그룹 총망라!(Photo 강명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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